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감금과 감시/이승하
존재가 존재를 감금한다
존재는 존재를 변호 못 한다
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을 먹고
음식값을 다 내지 못했다는 죄
하느님이 벌을 내릴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
식당주인의 신고로 죄인이 된다
꾀죄죄한 행색,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횡설수설
이국에서 온 여인이 한 말이
자국인에게 전해지지 않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는 세상
구릉이 많은 나라에서 온 찬드라 구릉
당신 미친 거야, 정신병원에 있어야 해
미치지 않은 사람도 미칠 노릇인
6년 4개월의 세월, 강제투약을 당하며
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다
그녀의 고향은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가 있는
가장 높은 하늘을 지닌 나라 네팔
사지 멀쩡한데, 하늘 우러러보며 살았을 뿐인데
존재가 존재를 감시한다
우리가 잡아 가둔 2310일
무시하고 무시당한 무시무시한 세월
-출처 시집 『감시와 처벌의 나날』, (실천문학사, 2016)
-약력-
▸경북 의성 출생
▸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
▸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
▸시집 『사랑의 탐구』 『욥의 슬픔을 아시나요』
『폭력과 광기의 나날』『생명에서 물건으로』
『감시와 처벌의 나날』 외
▸시선집 『젊은 별에게 』 『공포와 전율의 나날』
▸소설집 『길 위에서의 죽음』
▸문학평론집 『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』
『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10대 명제』등 외 다수